시민행정신문 장규호 기자 | 불교인권위원회(공동대표 진관·도관)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11월 20일 한국창극원 창덕궁소극장에서 기념식과 함께 제31회 불교인권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위원회는 앞서 11월 3일 충북 영동 대약사사 여래종 총무원에서 열린 불교인권상선정위원회(위원장 명안 스님)를 통해, 미전향 장기수 안학섭(96) 선생을 제31회 수상자로,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의 진실을 밝힌 박정훈 해병대 대령을 2025년 인권공로상 특별 수상자로 선정했다.
“인권은 인간만의 권리가 아니다. 위원회는 창립 이래 일관되게 불교의 자타불이自他不二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인권운동을 펼쳐왔다.
불교가 말하는 인권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유정·무정 일체 존재가 지닌 동일한 가치”에 대한 무한한 자비의 실천이다. 위원회는 “인권은 곧 수행이며, 개별 존재의 존엄을 밝히는 보살행”이라는 철학 아래, 현대사회 인권 문제 속에서 불교적 시선을 제시해 왔다.
제31회 불교인권상: 미전향 장기수 안학섭 선생은 6·25 전쟁 당시 포로로 잡혔으나, 제네바 협약이 규정한 인도적 송환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국가보안법 적용으로 42년 4개월 간 장기 구금되었다. 석방 이후에도 96세의 고령임에도 “신념의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선정위원회는 “국가가 법률로 개인의 신념을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깨운 사례”라며 “분단 시대에 묻힌 인간 존엄의 가치를 드러낸 용기”를 선정 이유로 밝혔다.
수상소감 안학섭 선생
안 선생은 “난생 처음 받는 상”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정치 지향적 품성을 선택해 왔고, 생물학적 편안함을 좇는 삶을 거부했다. 분단은 외세와의 싸움이며, 인권은 짓밟혀 왔다. 불교인권상은 분단 시대에 묻힌 인간의 존엄을 계속 외치라는 뜻임을 안다.” 그는 “죽는 날까지 척양척왜의 정신으로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겠다”며 동지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2025 인권공로상: 해병대 박정훈 대령
박정훈 대령은 채 상병 순직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군인의 계급은 출세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책무”임을 보여주었다. 그의 소신은 12·3 사태 당시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고 국민을 향한 무력행사를 거부하는 후배 병사들의 정의로운 행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선정위원회는 “박 대령의 용기는 인권 지킴이의 전형이자 보살행의 실천” 이라고 평가했다.
수상소감 박정훈 대령
박 대령은 “한 병사의 억울함을 풀겠다는 약속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회고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사람의 한 생각이 사회를 정의롭게도, 정반대로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았다.
제2, 제3의 박정훈 대령이 나오기를 바란다. 부처님의 등불처럼 정의로운 선택의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 그는 “이 상은 더욱 담대하게 나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남북을 넘어선 정의로운 군인정신’
주목할 점은 올해 수상자 두 명 모두 ‘군인’이라는 점이다. 위원회는 “적敵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국가의 명령에 의해 규정된다” 며 두 사람의 신념을 “인류가 국경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는 정의” 라고 평가했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상흔 속에서, 남과 북의 군인이 같은 무대에서 인간의 존엄을 말하게 된 것은 큰 상징성을 갖는다.
불교인권위원회는 “김영삼 정부가 이인모 선생을 송환했듯, 이번 수상을 계기로 안학섭 선생의 송환도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박정훈 대령에게는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는 국가의 오판을 바로잡은 용기”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창립 35주년을 맞은 불교인권위원회는 앞으로도 자비와 인권이 만나는 접점에서,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