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행정신문 이세훈 기자 | 전북특별자치도가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는 15년 전부터 관련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준비해 왔다. 탄소중립 시대 에너지 자립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 핵융합 분야는 글로벌 시장 규모만 10년 내 400조 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첨단산업 테스트베드로 조성하겠다"고 밝힌 새만금은 교통·전력·연구 네트워크를 모두 갖춰 최적 입지로 손꼽힌다. 차세대 청정에너지 확보를 위해 지역 정·관·산·학이 한목소리를 내며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과제로 추진 중인 핵융합 연구시설에 대해 살펴본다.
▲ '인공태양' 핵융합, 왜 중요한가
핵융합 기술은 태양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인공적으로 재현해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로, '인공태양'으로 일컫는다. 가벼운 원자핵, 주로 수소 동위원소를 1억℃ 이상의 초고온 상태에서 결합시켜 막대한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다.
핵융합 에너지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과 친환경성이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고준위 방폐물도 발생시키지 않으며, 폭발 위험이 없어 높은 안전성을 지닌 차세대 핵심 에너지원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핵융합 산업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520조 원에서 2035년까지 약 928조 원 이상으로 연평균 약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2035년까지 핵융합파일럿플랜트 건설을 위한 패스트트랙 전략을 수립했고, 중국은 2030년대 중반부터 토카막 방식 공학실험로를 단계별로 가동할 계획이다.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 한국 등 7개국이 참여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핵융합 기술은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미래 패권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 2009년부터 준비한 유치전
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인프라 구축 사업' 유치를 위해 새만금 산단 3공구를 연구시설 부지로 제안하며 15년간 준비해 온 청사진을 본격화했다. 이 사업은 2027년부터 2036년까지 10년간 총 1조 2,000억 원이 투입된다. 핵융합 기술개발 3,500억 원, 실증 인프라 구축 8,500억 원 등이다. 부지 선정 결과는 11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전북은 2009년 국가핵융합연구소(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와 협약을 맺은 이후 꾸준히 기반을 다져왔다. 2012년에는 군산시와 함께 1만 6,000여 평 부지에 208억 원을 투자해 플라즈마기술연구소를 개소했다. 이는 핵융합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 연구시설 유치를 위한 입지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실이다.
2012년 ‘핵융합 연구단지 기반조성 업무협력’ 추가 협약을 통해 2단계 사업 내용을 구체화하는 등의 논의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새만금 기본계획에 핵융합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등의 사전 행정 절차도 성실히 추진했다.
지난 10월 새만금청, 군산시, 농어촌공사 등과 유치대응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본격 유치전에 돌입했다. 전북 국회의원들도 '새만금에 떠오르는 인공태양' 슬로건 아래 결의 다짐 행사를 개최하며 힘을 보탰다.
앞으로 릴레이 피켓 퍼포먼스, SNS홍보, 주민 간담회 등으로 도민 참여 분위기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김관영 지사,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 강임준 군산시장, 유희열 전 과학기술부 차관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핵융합 연구시설 100인 유치위원회'도 출범했다.
▲ 새만금, 왜 최적의 입지인가
새만금 산단 3공구는 최소 요구 면적 50만㎡를 초과하는 단일 부지를 제공할 수 있다. 왕복 6차선 진입로와 전기·상하수도 인프라가 완비돼 있으며, 2027년 말 매립공사가 마무리돼 사업 착수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새만금은 도로, 철도, 항만, 공항이 연결된 교통 허브이자, RE100 기반의 청정에너지 인프라를 갖춘 국내 유일의 과학기술 실증형 복합산업단지다. 2028년에는 새만금산업단지 내 1.58GW에 달하는 변전소 전력 공급 안정성도 확보된다.
이미 연구 인프라도 구축돼 있다. 군산 플라즈마기술연구소는 2012년 개소 이후 플라즈마 기초·원천기술 연구를 수행해 왔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국가종합실증연구단지와 RE100 산단이 인접해 연구 협력 강화와 기술 간 연계에도 유리하다.
오는 11월 개통 예정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는 배후도시인 전주와 군산 간 접근성을 높여, 연구 인력 수급과 정주 여건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특히 새만금은 경쟁 지역에는 없는 산업 인프라와의 연계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새만금 산단에는 텅스텐, 리튬 등 핵융합 관련 기업들이 집적해 있으며, 인근 군산 산단의 소부장 기업들도 핵융합 기술개발을 촉진하는 밑거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차전지, 탄소소재, 에너지 산업 등 핵융합 연계 산업 기반도 탄탄하다. 도내 총 68개의 대학 및 연구 기관이 집적해 있다. 이 중 17개 연구 기관은 핵융합 핵심기술 실증 및 응용 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 지역 내 기존 인프라를 연계한 핵융합 기술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도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 '전북 R&D 트라이앵글' 완성
핵융합 연구시설은 지역경제에 상당한 효과가 예상된다. 연구시설 건립으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직접 고용하는 인력도 대부분 석·박사급 고급 연구인력으로 지역 내 우수 인재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핵융합 기술은 전력제어, 플라즈마 기술 등 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이에 따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관련 대기업의 연구개발 시설 유치 가능하다. 핵융합 파생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 입주도 활발해져 새만금을 중심으로 핵융합 산업 클러스터 형성도 기대된다.
기존 지역 주력산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주목된다. 전주·완주의 탄소소재산업은 핵융합로 고온·고압 환경을 견디는 신소재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정읍의 방사선산업은 중성자 관리 기술과 연계되며, 군산·익산의 이차전지산업은 에너지 저장 시스템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
도는 이번 유치를 통해 '전북 R&D특구 트라이앵글'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새만금(미래에너지), 전주·완주(농생명), 정읍(융복합)을 잇는 'R&D특구 트라이앵글'을 구축해 새만금을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닌, 첨단 기술의 실증과 상용화가 이뤄지는 '첨단산업 테스트베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는 "2009년부터 준비해 온 꿈의 에너지, 이제는 새만금에서 실현될 때"라며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는 단순히 대형 연구시설 하나가 들어서는 것을 넘어, 전북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 연구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만금에 새로운 빛을 비출 수 있도록 전북 정치권도 한뜻으로 힘을 모은 만큼 유치 성공에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