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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총사 칼럼] 유현병 작가의 "장사익의 노래, "소리가 아니라 삶이 울다."

- 벽에 걸린 작은 정사각의 초상들

시민행정신문 김동현 기자 |   그 속의 얼굴은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사실은 한 시대를 토해내고 있다. 입은 벌어져 있으나 그 소리는 성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등뼈에서 올라와, 폐부를 긁고, 마침내 하늘로 치솟는다.

 

 

그가 바로 장사익이다.

한恨을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을 건너는 사람, 장사익의 노래는 흔히 ‘한의 소리 라 말한다. 그러나 그는 한을 붙들고 우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한을 건너는 사람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울음과 웃음이 동시에 있다. 비 오는 들판과 저녁 연기가 동시에 있다. 한이 깊을수록 소리는 맑아진다. 상처가 깊을수록 음색은 투명해진다.

 

 

그의 노래는 아픔을 드러내되 비극에 머물지 않는다. 울다가도 어느 순간 허허 웃게 만든다. 이것이 장사익 소리의 기적이다.

 

민요도 아니고, 판소리도 아니고, 그러나 모두인 소리 그의 창법은 정통 판소리도 아니고 전통 민요도 아니다. 그러나 듣다 보면 우리 조상의 들숨과 날숨이 그 안에 모두 살아 있다.

 

논두렁을 걷던 어머니의 발소리, 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아버지의 기침, 새벽 장터의 싸락눈, 겨울 들녘의 바람 소리. 그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그는 풍경을 부른다.

소리로 그림을 그리고,
숨으로 시대를 그린다.
왜 그의 노래는 그림이 되는가, 이번 전시에 걸린 장사익의 얼굴들은 단순한 초상이 아니다.

 

입을 벌리고 노래하는 순간,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순간,
허공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그 모든 장면은 이미 한 편의 서사다.

 

 

장사익의 노래는 정지된 장면을 허락하지 않는다. 캔버스 위에서도 그의 소리는 계속 흐른다.

 

그래서 그의 초상 위에는 글이 함께 적힌다. 노래는 결국 시詩이기 때문이다. 소리와 글, 얼굴과 풍경이 겹쳐질 때 그는 한 사람의 가수를 넘어 하나의 ‘시대’가 된다.

 

늦게 핀 꽃의 향기, 그는 젊은 나이에 스타가 된 인물이 아니다.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 늦게 피어난 꽃이다.

 

 

그래서 더 깊다. 그래서 더 단단하다. 서두르지 않는다. 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소절이면 사람의 심장을 건드린다.

 

그의 노래는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오래 남는다. 장사익의 노래는 결국 사람이다.

 

노래가 끝나면 박수가 터진다. 그러나 관객이 박수를 치는 이유는 기교 때문이 아니다. “아, 저 사람은 내 이야기를 불렀구나.” 그 공감 때문이다.

 

 

장사익은 무대 위에서 혼자 서 있지만 사실은 수많은 삶을 등에 지고 서 있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개인의 소리가 아니라 민중의 숨결이 된다.

 

장사익의 노래는 듣는 음악이 아니다. 겪는 음악이다. 한 시대를 통과한 사람이 다시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의 숨이다.

 

노래가 끝나도 여운은 남는다. 소리가 사라져도 마음은 울린다. 그 울림이 오늘도 우리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든다.

 

 

노래가 끝나도 여운은 남는다.
소리가 사라져도 마음은 울린다.
그 울림이 오늘도 우리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든다.

 

한편, 본 기사에 소개된 장사익 연작 초상 작품은 유현병 문인선화 명인이 창작한 작품이다. 유 명인은 문인화의 정신성과 선화禪畫의 수행적 깊이를 바탕으로, 인물의 외형을 넘어 그 영혼의 떨림까지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연작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다. 노래하는 순간의 표정, 숨 고르는 찰나의 눈빛, 손끝의 떨림까지 포착하며 ‘소리의 형상화’를 시도한 작업이다. 화면 위에 함께 적힌 글은 노래의 정서와 시적 울림을 더하며, 회화와 문학, 그리고 음악이 하나로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유현병 명인의 붓끝에서 다시 태어난 장사익의 얼굴은, 한 사람의 가수를 넘어 한 시대의 정서와 민중의 숨결을 상징한다. 이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울림을 그린 회화’라 할 만하다.

 

본 연작은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만나고 있으며, K-문화의 정체성과 한국적 서정의 깊이를 알리는 의미 있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