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정신문 이준석 대기자 |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한 글자를 떠올린다. 바로 ‘福복 이다. 그러나 이 글자를 단순한 행운의 기호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미 복의 절반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福은 우연이 아니다. 福은 기다림이 아니라 도래到來 이며, 정지된 상징이 아니라 움직이는 기운이다.
K-민화 ‘福’자 안에 병오년의 붉은 말을 담아낸 이 작품은 그 오래된 진실을 다시 일깨운다. 복은 가만히 벽에 붙어 있는 글자가 아니라, 삶을 향해 힘차게 달려오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말은 예로부터 길조였다. 전쟁에서는 승전의 상징이었고, 평시에는 교류와 번영, 그리고 민간에서는 출세·속도·성취를 의미했다. 특히 병오년의 말은 ‘붉은 말’이다. 붉음은 불火의 기운이며, 정체를 허락하지 않는 추진력과 생명력의 색이다.
이 작품 속 말은단순히 福자를 장식하는 도상이 아니다. 福자의 구조 안에서 말은 몸을 일으키고, 시선을 앞으로 두며, 지체 없는 움직임을 준비한다. 이는 곧 이렇게 말한다. “복은 준비된 삶을 향해 먼저 움직인다.”
福자의 조형 또한 의미심장하다. 전통적으로 福은 ‘신에게 올리는 제사’와 ‘가득 찬 그릇’을 뜻한다. 이 작품에서는 그 글자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며, 문자에서 그림으로, 상징에서 현실로 이동한다.
이는 곧 복이 더 이상 추상적 기원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방향성이 되어야 함을 말한다. 함께 배치된 붉은 꽃은 풍요와 번성을 의미한다. 겹겹이 쌓인 꽃잎은 복이 단 한 번의 행운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민화적 염원의 집약이다. 검은 여백은 혼란의 시대를 상징하면서도, 그 속에서 복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사유의 공간이다.
오늘의 우리는 복을 기다리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분명히 말한다. 복은 기다림의 대상이 아니라, 움직임의 결과라고. K-민화는 늘 현실적이었다. 소망을 숨기지 않았고, 바람을 정면으로 그려왔다.
그래서 이 작품의 福은 조용히 붙여두는 장식이 아니라, 우리 삶을 향해 달려오는 새해의 약속이다. 병오년, 복은 이미 길을 나섰다. 이 붉은 말처럼 당신의 한 해 또한 주저 없이, 멈춤 없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