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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담화총사 칼럼] 취생몽사醉生夢死, “깨어 있지 못한 삶의 경고”

- 왜 우리는 이렇게 무기력해졌는가

시민행정신문 김학영 기자 |  해가 저문다. 연말은 늘 바쁘다. 결산과 정리, 송년과 약속이 이어진다. 그러나 묻지 않으면 그냥 지나간다. 우리는 올해 정말 깨어 있었는가.

 

 

취생몽사醉生夢死, 옛사람들이 남긴 이 네 글자는 연말의 거울처럼 우리 앞에 선다. 취한 듯 살고, 꿈속에서 죽는 삶. 오늘날 이는 방탕이 아니라 무기력한 정상 상태로 위장한다. 바쁘게 살았으니 괜찮다고,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한 해가 끝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직해져야 한다. 열심히 살았는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의식하며 살았는가다.

 

청년은 출구 없는 경쟁 속에서 꿈을 미루었고, 중장년은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연기했다. 사회는 속도를 강요했고, 깊이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살아 있으되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한 해를 보냈다.

 

불교에서 말하는 새해는 달력이 바뀌는 순간이 아니다. 마음이 깨어나는 순간이다. 하루라도, 한 선택이라도 ‘이것은 내 삶이다’라고 자각하는 때 그때가 곧 신년이다.

 

연말은 버리는 시간이다. 실패뿐 아니라, 의식 없이 반복한 습관과 남의 기준으로 살았던 생각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그래야 새해가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취생몽사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새해에 세워야 할 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다. 내가 무엇에 취해 있었는지 어떤 꿈속에서 살았는지 무엇을 남의 탓으로 미뤄왔는지 이 세 가지만 정직하게 돌아보면 충분하다.

 

새해는 묻는다. “계속 그렇게 살 것인가.” 답은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깨어 있는 삶은 언제나 늦지 않았다.

 

새해는 오는 것이 아니라
깨어날 때 시작된다.
취생몽사의 밤을 지나
이제는 스스로의 삶으로 눈을 뜰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