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정신문 장규호 기자 |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가 지난 26일 서울 전역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세상에 평안을, 마음에 자비를(Peaceful World, Compassionate Mind)”이라는 2025년 봉축 표어 아래 열린 이번 연등회는 치유와 화합의 메시지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모인 불자와 시민, 외국인 관광객 10만여 명이 함께하며 서울의 밤을 환희의 빛으로 수놓았다.

이날 오후 4시 30분, 동국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어울림마당을 시작으로 연등회의 서막이 올랐다.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 율동단을 포함한 1,000여 명이 펼친 다채로운 율동과 공연은 연등회의 흥겨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어 오후 7시, 연등회의 백미인 연등행렬이 흥인지문을 출발해 종각과 조계사를 잇는 종로 전 구간에서 펼쳐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원로의원 스님, 문화체육관광부 용호성 제1차관 등 주요 인사들과 어린이 대표들이 선두에 나서 치유와 희망,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10만 개의 형형색색 연등과 150여 기의 대형 장엄등이 서울 도심을 수놓았으며, 연등회 프렌즈의 플래시몹 등 퍼포먼스도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등물결이 흐르는 종로 거리 곳곳에서는 박수와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연등행렬이 끝난 뒤, 오후 9시 30분부터는 종각 사거리 보신각 앞 특설무대에서 대동한마당이 이어졌다. 서도밴드, 김태연, 노라조 등 인기가수의 공연과 전통 대동놀이인 강강술래와 기차놀이가 펼쳐졌고, 시민과 불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꽃비 속 환희의 축제를 함께했다.
또한 조계사 앞길과 우정공원에는 연등행렬에 참여한 장엄등이 전시돼 서울의 밤하늘을 환상적인 불빛으로 물들였다.
연등회의 시작을 알린 연등법회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봉축사를 통해 최근 대형 산불과 정국 혼란 속 국민을 위로하고, 연등의 자비로운 빛이 희망의 불씨가 되길 발원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과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화합의 공동체로 살아갈 것”을 다짐하며, “연등의 불빛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용기와 평안을 전하길 기원”했다. 총지종 통리원장 록경정사는 “모든 생명의 존귀함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평화로운 공존의 길로 나아가자”는 평화 메시지를 낭독했다.
연등회는 2012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며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2025년 연등회는 부처님오신날과 어린이날이 겹친 해로, 미래세대와 함께 걷는 등불행렬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더했다. 연등회의 전 과정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서울의 밤을 밝히는 평화의 메시지를 지구촌과 함께 나눴다.
27일에는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전통 △나눔 △명상 △청년MZ 등 7개 마당으로 구성된 전통문화마당이 이어지며, 시민과 외국인들이 불교 전통문화와 한국적 정신을 직접 체험하는 소통의 장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