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정신문 이존영 기자 | ‘내 코가 석 자’라는 말입니다. 자기 사정이 급하여 다른 사람의 형편까지 돌볼 겨를이 없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와 공직사회를 바라보면 이 말을 조금 다르게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직함을 갖고 여러 기관과 단체에 이름을 올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봅니다. 물론 겸직 그 자체를 모두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문성과 경험을 사회 여러 분야에 나누는 긍정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감당할 수 있는 책임보다 자리를 더 많이 차지하려 할 때입니다. 한 가지 직책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데 이것저것 자리를 맡고, 정작 자신의 본분은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능력이 아니라 욕심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 후보자는 더욱 그렇습니다.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과거의 겸직, 이해충돌 가능성, 재산 형성 과정, 각종 의혹 등이 제기될 때 국민이 묻는 것은 단순히 “법을 어겼느냐”만이 아닙니다.
“이 사람이 과연 공직을 맡을 만큼 자기 삶과 책임을 바르게 관리해 왔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비리가 확정된 것처럼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사실관계는 철저하게 확인하고, 당사자의 해명 역시 공정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럼에도 고위공직을 원하는 사람에게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불교에서는 탐욕을 탐貪이라 합니다. 탐욕은 재물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리의 욕심, 명예의 욕심, 권력의 욕심도 탐입니다. 하나를 가졌는데 또 하나를 원하고, 그 하나로도 부족하여 더 많은 직함을 원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이 자리를 정말 감당할 수 있는가?” 공직은 명예를 더하는 장식품이 아닙니다. 국민에게 받은 권한만큼 책임을 짊어지는 자리입니다. 장관이라는 두 글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관으로서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고, 국회의원이라는 직함보다 국민을 위해 어떤 책임을 다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여러 개의 명함보다 한 자리에서 남긴 깨끗한 발자국 하나가 더 귀합니다. 현대사회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가’를 능력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능력은 많이 차지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한 가지를 끝까지 책임지는 데 있습니다.
정치인뿐만 아닙니다. 기업인도, 공직자도, 사회 지도층도,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의 허물을 지적하기 전에 내 책임부터 돌아보고, 더 높은 자리를 바라보기 전에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오비삼척吾鼻三尺의 지혜는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남의 자리까지 탐하기 전에 내 자리부터 바로 하라. 여러 직함을 자랑하기 전에 하나의 책임부터 완수하라.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는 직함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책임질 줄 아는 사람, 의혹 앞에서 숨는 사람이 아니라 투명하게 설명할 줄 아는 사람, 권한을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권한의 무게를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담화총사 한마디
吾鼻三尺오비삼척
“남의 일을 논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코앞을 살펴보라.”
열 개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
한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낫습니다.
정치는 자리를 얻는 기술이 아니라
국민에게 받은 자리를 깨끗하게 지키는 책임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공직자의 가장 무거운 명함은
직함이 아니라 신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