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정신문 이존영 기자 | 국제사회가 전쟁과 기후위기, 감염병 확산이라는 복합적 위기에 동시에 직면한 가운데 유엔(UN)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민간 파트너들에게 보다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엔 지도부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수단과 레바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악화되는 무력 충돌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아프리카에서 재확산 조짐을 보이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기후변화에 따른 인도주의 위기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 전 세계 분쟁 지역의 위기 고조
수단: 엘 오베이드, '제2의 엘 파셰르' 되나 우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수단 북코르도판주 엘 오베이드와 그 주변 지역에서 격화되는 전투와 민간 기반 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신속지원군(RSF)이 도시 주변에 대규모 군사 증원군을 배치하면서 지상 공격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구테흐스 총장은 "엘 파셰르에서 벌어졌던 참혹한 유혈 사태가 엘 오베이드에서 되풀이되는 것을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라며 당사국들의 자제와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현재 엘 오베이드 주택가 드론 공격으로 구호 활동가 1명이 사망하는 등 안보가 극도로 악화되었음에도 인도주의 단체들은 현장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레바논: UNIFIL 활동 방해 및 무력 충돌 지속
남부 레바논과 유엔평화유지군(UNIFIL) 작전 지역의 긴장도 최고조에 달했다. 유엔 조사 결과, 이스라엘 방위군(IDF)과 헤즈볼라 간의 쌍방 발사체 교전이 수백 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IDF 탱크가 UNIFIL 호송대의 이동을 방해하고 포신을 겨누는 등 평화유지군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엔은 사법당국 및 안보리에 작전 지역 내 '제한 없는 이동의 자유' 보장을 강하게 요구했다. 한편,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 책임자는 난민 지원을 위해 중앙긴급구호기금(CERF)에서 1,200만 달러를 추가 배정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 방화 및 가자지구 의료품 부족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OPT) 내 상황도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라밀라 인근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에 의해 모스크 네 곳이 방화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해 라미즈 알락바로프 인도주의 조정관 대리가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가자지구에서는 30개 이상의 긴급 의료팀이 배치되어 활동 중이나, 수술용 고농도 소독제, 인슐린, 투석 용품 등 필수 의료 용품의 반입이 제한되면서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해 있다.
2. 콩고·우간다 에볼라 창궐, 유엔, 수석 조정관 임명 및 자금 투입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은 에볼라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줄리앙 하네이스를 신임 에볼라 수석 조정관으로 임명했다. 하네이스 조정관은 콩고민주공화국(DRC) 동부 부니아에 주둔하며 기관 간 상설 위원회를 이끌 예정이다.
최근 부니아에서는 현지 채용된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에볼라로 사망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유엔 파트너들은 16톤 이상의 의료 물품을 전달하고 공항 검진 시설을 강화했다. 인접국 우간다 역시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400만 달러의 emergency fund를 긴급 배정받아 IOM, UNDP, 유니세프 등과 함께 국경 심사 및 이동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3. 기후 변화의 직격탄 맞은 아프리카, 엘니뇨 공동 대응 가동
세계기상기구(WMO)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은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 중이다. 킬리만자로 산의 빙하는 1900년 11.4km²에서 현재 1km² 미만으로 90% 이상 급감했다. 해수면 상승률 역시 전 세계 평균(연간 3.6mm)을 크게 웃돌아 홍해 지역은 연간 5.6mm에 달하는 상태다. 이로 인해 수천만 명의 이재민과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에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강력한 엘니뇨 현상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2억 200만 달러 규모의 최초 공동 사전 대응 호소문을 발표했다. 양 기관은 "선제적 투자 1달러는 향후 7달러의 손실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라며 전 세계의 유연한 자금 지원을 촉구했다.
4. AI 시대의 새로운 도전, 혐오 발언과 디지털 거버넌스
유엔은 올해 '세계 혐오 발언 반대의 날'을 맞아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는 온라인 혐오와 허위정보 문제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유엔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사회적 갈등과 폭력을 조장하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국제적 대응 원칙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음 주 개최되는 '2026 유엔 오픈소스 주간(UN Open Source Week)'에서는 각국 정부와 기술기업, 개발자들이 참여해 디지털 공공재와 AI 거버넌스, 국제 기술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엔이 동시에 경고하고 있는 분쟁·감염병·기후위기는 각각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은 식량과 보건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기후변화는 분쟁과 난민 문제를 악화시키며, 감염병은 취약한 국가들의 사회·경제적 불안을 증폭시킨다.
결국 현재 국제사회가 직면한 위기는 상호 연결된 복합 위기(complex crisis)라는 점에서 어느 한 분야만의 대응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유엔의 판단이다.
유엔은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예방과 회복력을 중심으로 한 국제 협력"이라며 "향후 수년이 인류가 이러한 복합 위기를 통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