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행정신문 이존영 기자 | 서울 인사동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인 라메르갤러리 3층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인사동국제아트페어에서 주은영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시간과 기억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인간의 삶 속에 축적되는 기억과 감정의 흔적을 회화적 언어로 풀어내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주은영 작가의 화면은 언뜻 보면 화려한 색채와 두터운 마티에르가 만들어낸 추상적 풍경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수없이 겹쳐진 색의 조각들과 흔적들이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색채의 집합이 아니라 시간 속에 축적된 기억의 층위이며, 삶의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형성된 인간 존재의 기록이다.
작가는 “수많은 순간들은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층위로 쌓여간다”고 말한다. 작품 속에서 생생했던 기억은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감정으로 변화하고, 그 변화의 과정은 또 다른 여정이 된다. 서로 얽히고 포개진 흔적들은 지나온 시간의 조각들이며, 하나의 풍경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이번 연작에서 눈길을 끄는 상징은 바로 ‘집’이다. 작가에게 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삶의 기억을 담아내는 그릇이자 존재의 근원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집이 화면 속에서 매우 작게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관람객들은 처음에는 풍부한 색채와 독특한 질감에 시선을 빼앗기지만,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작은 집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마치 잊고 지냈던 오래된 기억이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경험과도 닮아 있다.
주은영 작가는 이러한 장치를 통해 작품 감상이 단순한 시각적 체험을 넘어 관람객 자신의 삶과 기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심리적 여정이 되기를 바란다. 집을 발견하는 순간 작품은 더 이상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람객 각자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과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 “색채의 바다 속에서 오래된 추억을 발견하는 느낌”이라며 작품이 주는 감성적 울림에 깊은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술평론가들은 주은영 작가의 작업에 대해 “추상회화의 조형성과 서정성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기억이라는 비가시적 개념을 물성과 색채로 설득력 있게 구현한 작업”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작품 속 작은 집은 현대인의 정체성과 귀향 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로 해석되고 있다.

서울인사동국제아트페어는 국내외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국제 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주은영 작가의 「시간과 기억의 여정」은 화려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기억을 되묻는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우리의 삶을 이루는 수많은 순간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주은영 작가의 작품은 바로 그 기억들이 머무는 집, 그리고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는 마음의 풍경을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